2012년 10월 17일, 넥센 히어로즈의 김수경 선수가 은퇴를 발표했습니다. 최근 넥센 히어로즈를 응원하기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김수경 선수에 대해 잘 모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대단했다고는 하는데 고작 130대 초반의 구속을 던지는 답답한 투수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전성기의 김수경은 150km의 빠른 직구와 와 면도날 같이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닥터K라 불리며 쟁쟁한 투수들이 잔뜩 있었던 현대 유니콘스 왕조에서 당당히 에이스라고 부를 수 있는 투수였으며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투수입니다.

 

저는 야구를 현대 유니콘스의 원년인 1996년부터 제대로 보기 시작했으니 김수경이 데뷔했던 1998년은 제가 룰도 잘 모르고 멋모른채 야구를 보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그런 야구 초짜에게도 김수경의 신인 데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죠. 데뷔 첫 시즌에 12승 4패 2세이브라는 말도 안되는 모습과 신인 최다 탈삼진인 168개라는 기록도 세우며 당당히 신인왕에 올랐습니다.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이 현대 유니콘스 첫 우승에 큰 기여를 한거죠. 그후로도 김수경은 쭉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특히 2000년, 18승으로 같은 팀 동료인 정민태, 임선동과 함께 공동 다승왕에 올랐습니다. 2006년에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현대 유니콘스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7년, 다시 12승을 기록하며 부활합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보면 그 12승은 현대 유니콘스와 함께 해왔던 에이스의 마지막 불꽃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2008년부터 시작된 넥센 히어로즈에서는 크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단 한번도 시즌 10승을 넘기지 못한채 올해 은퇴를 발표하였습니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김수경 선수가 자신이 세웠던 마지막 목표를 결국 달성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떠난다는 점이네요. 자신의 은사인 김시진 감독과 또 따르는 선배인 정민태 코치가 각각 기록했던 통산 124승. 자신도 124승을 기록하고 은퇴하고 싶다고 밝혔었으나 그 숫자에 12승 모자란 112승에서 그 기록은 멈추게 됐습니다. 통산 성적은 346경기 112승 98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4.29네요. 참고로 김수경은 은퇴 전까지 현역 투수 중 통산 최다승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김수경 선수는 앞으로 넥센 히어로즈 1군 불펜코치로 활약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제 김수경 코치라고 해야겠네요. 제겐 애착이 가장 크고 또 제가 야구를 보기 시작할 때 데뷔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아쉬움과 쓸쓸함이 더욱 크네요. 아직도 김수경 선수가 같이 사진 찍어 달라는 부탁에 '우와, 그 유니폼 제 이름 박으셨네요!'하며 활짝 웃으며 응해주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 김수경 선수, 아니 코치가 멋진 지도자의 길을 걸어가길 응원하겠습니다. 고마웠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힘내요, 수경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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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유니콘스의 마지막 주장이자 한팀에서만 2001경기를 뛴 이숭용 선수가 지난 일요일에 선수생활을 마무리 했습니다. 태평양 돌핀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서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넥센 히어로즈에서 은퇴하였지만 세 팀은 결국 이름만 바뀌었을뿐 같은 팀이죠. 프로야구 역사상 한팀에서만 2000경기를 뛴 선수는 이숭용 선수가 최초입니다. 현대 유니콘스에서 무려 4번이나 우승을 경험한 이숭용 선수는 꾸준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팀의 귀감이 되었고습니다. 끝없는 자기희생과 넘치는 카리스마로 후배들을 이끌며 팀의 연결점이 되었던 이숭용은 리그 탑클래스의 선수는 아니었지만 유니콘스 팬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주장이었습니다. 하도 선수들을 이끄는 능력이 뛰어나 주장을 그만두고도 별명이 캡틴이었을 정도죠.


그런 이숭용 선수가 지난 일요일, 성대한 은퇴식을 치뤘습니다. 소위 레전드라고 불리는 타팀 선수들의 은퇴식에 비교해도 밀리기는 커녕 오히려 더 많은 인파가 목동 구장에 몰렸습니다. 유니콘스 시절부터 쭉 이숭용 선수를 지켜봐온 히어로즈 팬들뿐만이 아니라 인수 중 갈등으로 상처받아 야구에 등을 돌렸던 일부 유니콘스 시절 팬들도 캡틴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왔더라구요. 물론 히어로즈 창단 후 응원을 시작한 팬들도 이숭용 선수의 은퇴를 축하했습니다. 그외에도 경기장 곳곳에는 상대팀인 삼성 외에도 두산, LG, 기아, 롯데, 한화, SK과 같은 타팀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보였습니다. 다른팀 팬들 마저도 꾸준한 이숭용 선수를 인정하고 그 마지막을 축하해주러 온 모습에 너무 고맙더라구요. 저도 목동 구장에 갔었는데 그라운드를 돌며 지인들에게 축하를 받은 후 김시진 감독님 앞에서 인사를 하는 캡틴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서 울컥했습니다. 다행히도 비록 이숭용 선수의 야구선수 생활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히어로즈를 떠난다는 건 아닙니다. 내년부터 야구 지도자 수업을 받기 위해 연수를 떠난 후 연수가 끝나면 차후 히어로즈 코치진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후배들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는 이숭용 선수인 만큼 훌륭히 선수들을 이끌어 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Captain, oh my captain.. Thank you for everything!


 


이름: 이숭용

생년월일: 1971.03.10

수비위치: 1루수

투타
: 좌투좌타

백넘버
: 10

별명
: 캡틴, 숭캡

데뷔
: 1971.03.10

은퇴
: 2011.09.18

경력: 태평양 돌핀스, 현대유니콘스, 넥센히어로즈 (1994~2011)

통산기록
: 2001경기 출장, 타율 0.281 (6139타수 1727안타), 162홈런, 857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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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8일, 정민태 선수(KIA)가 결국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토종 마지막 20승 투수이자 프로야구 역사상 한손에 꼽을 수 있을 특급투수였던 정민태 선수를 이제 마운드에서 보지 못하게 되었네요. 현대, 그리고 지금은 히어로즈팬인 저에게 정민태 선수는 '에이스'라는 단어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현대 후반기의 에이스는 김수경 선수였지만요.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152km의 광속구와 100km에 육박하는 슬로커브, 그리고 슬라이더, 포크, 스플리터, 체인지업 등을 던지며 타자들을 가볍게 농락했던 정민태 선수는 정말 언터처블이었습니다. 작년, 두산의 용병 리오스 선수가 20승을 넘기긴 했으나 바로 그 리오스 선수가 올해 일본야구에서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방출당하며 한국에서 20승을 올릴때도 스테로이드를 썼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떠도는만큼, 진정한 20승 투수는 정민태 선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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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타고투저의 해였던 1999년, 그해 유난히 잘 때렸던 타자들에게 투수들이 고전을 면치 모했던 그 해에, 정민태는 2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한국야구를 평정했습니다. 정민태 선수는 한국야구의 최고봉에서 만족하지 않고 일본야구로 진출하여 일본 최고의 명문구단이자 이승엽 선수가 현재 뛰고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하였습니다. 아쉽게도 일본야구에서 그의 성적은 참담했고 일부 팬들은 괜히 일본까지 가서 국가 망신 시킨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에서 성공을 보장받았던 그가 일본야구에 진출하여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는 점을 높이 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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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실패를 뒤로하고 한국야구로 돌아와 현대 유니콘스에서 다시 활약하며 건재함을 알렸으나 그 이후 잦은 부상으로 점점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그가 물러난 현대의 에이스 자리는 김수경 선수가 잘 이어받아 주었지만 팬들은 매해 정민태 선수가 재기하기를 기대했지요. 비싼 연봉을 받으면서 제값을 못한다고 비판한 팬들도 많았지만 말이죠. 하지만 올해, KBO 최고의 명문구단 중 하나였던 현대 유니콘스가 무너지고 우리 히어로즈가 유니콘스 선수들을 이어 창단될 때 정민태 선수는 홀로 팀을 떠났습니다. 예전의 실력이 아니며 몸값은 비싼 정민태 선수를 히어로즈구단은 굳이 잡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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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를 꿈꾸며 정민태 선수가 새로 둥지를 품은 곳은 KIA였습니다. 다른 팀에서나마 재기하기를 기대했었는데 정민태 선수 결국 은퇴해버렸네요. KIA에서는 은퇴식도 치루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현대의 레전드가 타팀으로 가서 은퇴해 끝이 쓸쓸하여 아쉽지만 정민태 선수가 여태 쌓아온 야구업적은 모든 야구팬들이 기억할 것입니다. 히어로즈 구단에 반발해 떠난 정민태 선수가 히어로즈로 돌아올 날은 없겠지만 언젠가 그때 히어로즈를 인수했을 구단에 감독이나 코치로 돌아와 주세요. 누가 뭐래도 당신은 현대의 레전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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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야구에 뛰어들면서 내년에도 8개구단을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대 유니콘스는 역사의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모기업인 현대가 '왕자의 난'을 겪고 난 후 하이닉스의 구단 포기로 인해 유니콘스는 KBO의 힘으로 겨우겨우 연명해 왔었지요. 96년 유니콘스가 창단된 해부터 쭉 유니콘스를 응원해온 (그 전까지는 LG팬이었습니다만 별로 기억은 안나네요..) 저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슬픈 충격에 휩싸여 있을 여유도 없이 팀을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걱정만 하고 있었죠. 게다가 농협, STX가 인수 직전에 갑자기 거부 선언을 하여 좌절을 안겨줬었습니다. KBO 신상우 총재가 유니콘스 김시진 감독님에게 성탄절 선물로 인수 소식을 가져와 주겠다라고 했으나 성탄절에 아무 소식이 없어서 이제 유니콘스를 마음에서 떠나보내야 하나 했습니다만.. 오늘 좋은 소식을 듣게 되네요. KT가 유니콘스를 인수하기로 하였다는군요.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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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크라이크 먹어도 치기만 하면 장땡이야!]

그런데 인수기업이 어째서 KT일까요? 이 배경에는 살짝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신상우 총재가 TV로 농구를 보다가 KTF 농구팀이 있는걸 보았다는군요. 신상우 총재의 말을 직접 보시길..

“우연히 농구를 보게 됐다. TV에서 KTF가 뛰고 있는 것을 봤다. 아!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구나. KTF가 농구를,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는 사정은 우리 총장(하일성)도 잘 모르더라. 그게 11월 하순 경이었다. 내가 대만에 갔어야 했는데 대만 출장도 포기했다. 이때부터 KT와 협상이 시작됐다.“

굿잡, 농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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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니콘스의 위대한 12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KT가 인수금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유니콘스를 해체한 후 재창단하는 절차를 밟는다는군요. 결국 유니콘스의 V4로 빛나는 위대한 업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래도 제가 사랑하는 팀이 어떤 모습으로라도 남는다는 것에 만족해야겠지요. 게다가 KT에서 선수, 코치진, 프런트를 그대로 데려가겠다는 의사를 보여 사실상 제가 사랑하는 유니콘스는 이름만 바뀌는 것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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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니콘스 팬들의 마음에 유니콘스는 영원할 것입니다]


유니콘스가 불미스러운 일로 수원구장에서 활동한 것에 비해 KT는 서울을 연고지로 삼는다고 합니다. 목동 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고척동에 하프돔구장이 완공되면 그 곳으로 옮길 것이라 생각됩니다. 서울에 사는 저로서는 환영할 소식이네요.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잘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직 KT 인수가 완료된 것도 아니고 나머지 구단 특히 두산과 LG 쪽에서 서울 입성에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네요. 뭐, 그래도 다른 7개 구단들이 바보도 아니고 스스로도 다음 시즌을 7개구단으로 가면 프로야구의 미래는 어둡다는걸 알테니 좋게 끝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유니콘스 12년동안 고마웠습니다. KT로 다시 만나요!


PS : 김시진 감독님과 선수들 인터뷰가 있네요. 첨부합니다~


김시진 감독 : 잘됐다. 내년 시즌에도 8개 팀이 시즌을 치를 수 있다는 점에서 야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KBO의 수고가 많았다. 지급보증을 서 시즌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KBO에 좋지 못한 시각을 갖고 있는 네티즌들도 있지만 우리 선수단은 그런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총재님이나 사무총장님이나 구단을 살리기 위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이전의 사례와 달리 KT가 잘 마무리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감독으로선 선수들을 잘 이끌어 내년 시즌 준비를 차질없이 하겠다.

장원삼(투수)
: 정말 힘든 시즌이었다. 다른 데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야구만 신경쓸 수 있으며 좋겠다고 생각한 게 여러 번이었다. 고참 형들이 현대라는 팀의 역사를 만들었다면 나는 새로운 팀에서 주인공이 되는 생각도 해본다.”

김동수(포수)
: 어제(26일) 뉴스를 봤고, 지금도 인터넷을 보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현대라는 팀이 없어지는 데 아쉬움이 있지만 또 다른 구단이 새로 생기니 만감이 교차한다. 개인적으로 몇년 더 할지 못하겠지만 후배들에게 좋은 여건이 마련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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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슬픈 날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팀이 사라졌습니다.12년동안 저와 함께해 온 팀이어서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창단해 96년, 인천구장을 찾아 현대에 반해버렸던 초등학생도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네요.

연고이전, 재정란 등 힘든 일도 많았지만 늘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유니콘스.

멋진 추억들을 남겨줘서 고맙습니다. 유니콘스. 최강의 유니콘스.. 꿈의 구단 유니콘스..

영원히 잊지 않을께요. 유니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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