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50장 제한 때문에 한번 끊었다가 또 한달만에 쓰네요. 사실 엄두가 안 났거든요.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이 너무 많아요. 얘기하고 싶은 것도 많고! 미루다미루다 안되겠다 싶어서 오늘 다시 씁니다. 저번에 센트럴파크를 산책한 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왔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당당히 들어갔죠. 그나저나 Metropolitan Museum of Art니까 박물관이 아니라 미술관이라고 해야겠네요. 음음. 어쨌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 봅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입장료 꼭 안내도 된다고 하네요. 일종의 기부금 제도라 안 내려면 안 내도 된다고.. 쩝.. =_=;; 들어가서 전경을 한번 찍어봤는데 가운데 왠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분이 또 사진의 주인공 마냥 찍혀있네요. 제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어디선가 누군가 나타나서 모델이 되어주나 봅니다. 헤헤.. 박물관 여러번 다니다보니 생긴 요령을 따라 우선 미술관 최상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무작정 1층부터 보고 올라가면 계단 올라가는데 지치더라구요. 맨 위층부터 보면서 편하게 내려오는게 체력 아끼는 방법!


미술관 옥상에 작은 카페가 있길래 산책하며 목도 말랐던지라 레모네이드 하나 사 목을 축이시며 옥상으로부터의 전경을 감상했습니다. 날씨는 화창하고 센트럴파크의 푸른 나무들과 잔디밭이 보이면서 그 뒤에 뉴욕 맨해튼의 건물들이 보이는데 참 좋네요.


옥상에는 대나무로 만든 건축물이 전시중이었습니다. 무슨 거대한 새집 같기도..


크, 왠지 평화롭네요.


대나무 건축물 입구에는 '가이드 미동행 시 출입금지'라고 써 있었습니다. 사실 보기만해도 불안불안해보이는게 애초에 들어가고 싶지 않네요.. 경치도 구경했으니 슬슬 내려가볼까 했더니 미술관 직원이 막네요. 왜 막냐고 했더니 외부 음료수는 미술관 반입금지랍니다. '아니.. 이건 니네 카페에서 판거잖아.'라고 따졌는데 안된다고 하네요. 옥상은 미술관이 아닌가 봅니다. 아하하.. 전시품 보호 차원에서 음료수 금지라는 말인거 같은데 외부 음료수 금지라고 해서 나온 헤프닝이려나요. 아참. 오해하실까봐 노파심에 미리 써놓는데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는 이상 사진 찍는걸 허락하더군요. 덕분에 이것저것 마구 찍었습니다.


유럽 미술 전시관에 들어가서 본 첫 작품은 우수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는듯한 표정이 시선을 쉽게 떼기 어렵게 만드네요. 작품 설명을 보니 1878년에 그려진 작품으로 프랑스 화가인 Jules-Joseph LeFebvre가 그린 Graziella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작품의 여성은 '그라지엘라'라는 소설에 나오는 나폴리에 사는 어부의 딸이라고 하네요. 뭐, 예상하셨듯이이 여자의 이름도 '그라지엘라'입니다. 뒷배경에 잘 보면 연기를 내뿜는 베수비우스 화산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소설인지는 잘 모르지만 화산폭발과 걱정에 빠진듯한 여성의 모습.. 뭔가 시나리오가 머리 속에 보이지 않나요?


나무 가지 사이로 아름답게 비치는 햇빛 사이에 그네를 타며 다정한 눈빛을 교환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니 미술관 갤러리도 화사해지는 기분입니다. Pierre Auguste Cot의 Springtime라는 작품이라는군요. 이런걸 인상파라고 하는거 맞죠?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작품이긴 한데.. 부럽네요. 으흑... -_ㅜ


Jules Bastien-Lepage의 Joan of Arc라는 작품입니다. 어딘가를 바라보는 오른쪾의 여성이 잔다르크겠죠? 왼쪽을 잘 보면 천사들이 바라보고 있네요. 천사들이 임무를 알려주자 하늘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잔다르크의 모습을 그린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영국의 낭만주의 화가인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의 The Whale Ship이라는 작품입니다. 고래잡이배를 그린 것 같네요. 파도가 출렁이는게 여기까지 느껴질 것 같네요. 표현이 참 마음에 듭니다.


이 작품은 John Hoppner의 Richard Humphreys, the Boxer라는 그림입니다. 보자마자 빵 터졌습니다. 포즈가 참.. 표정도 '야, 덤벼! 니 정도는 나한테 껌이지!'라는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저 때는 글러브도 없이 권투를 했나보네요. 어이쿠..


Johan Christian Dahl의 Copenhagen Harbor by Moonlight라는 작품입니다. 달빛에 비친 코펜하겐이라고 하기엔 좀 밝지 않나요? 생각해보니 북유럽의 백야를 그린건가 싶기도 하고..


Gustave Courbet의 Jo, La Belle Irlandaise라는 작품입니다. 내 머리칼이 왜 이러지하고 짜증내며 거울을 보는 여성의 모습이네요. 쿠르베가 아름다운 아일랜드 여인이라고 부른 Joanna Hiffernan의 초상화인데요. '아름다운 빨간 머리 여인의 초상화를 시작했다'라고 기록해놨다고 하는데..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하면서 왜 정작 머리가 제대로 안되어 짜증내고 있는 모습을 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초상화를 보고 조안나가 그다지 좋아했을 것 같지 않잖아요. 요즘도 꾸미지 않은 채로 사진 찍는걸 싫어하는 여자분들이 많은데 그 때도 마찬가지였을텐데 말이죠.


Arkhip Ivanovich Kuindzhi의 Red Sunset on the Dnieper라는 작품입니다. 러시아 서부에 위치한 드네프르 강의 모습인데 붉은 석양이 참 아릅답네요. 그림이 좀 특이한게 태양을 둘러싸고 있는 부분에만 구름이 있고 다른 하늘에는 구름한점 없네요. 실제로 저랬는지 화가가 그냥 저렇게 그린건지..


자, 이제 여러분이 많이 보신 작품들이 나옵니다. 우선 Paul Gauguin의 Ia Orana Maria (Hail Mary)입니다. 이아 오라나 마리아가 성모 마리아의 찬양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남태평양의 섬인 타히티에 정착한 고갱이 현지 원주민들의 모습으로 마리아와 예수님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고갱은 타히티를 지상의 천국이라 여기며 좋아했다고 하네요. 책으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보며 감상에 빠져봅니다.


광기가 엿보이는 살아 움직이는듯한 붓터치로 유명한 Vincent van Gogh의 Cypresses입니다. 생 레미 정신병원에서 요양하며 그린 작품으로 생 레미의 싸이프러스 나무를 그렸습니다. 반 고흐가 '내가 그린 가장 명석한 작품'이라며 아낀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불타오르는 듯한 싸이프러스 나무와 그 주위를 감싸며 소용돌이치는듯한 배경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Vincent van Gogh의 Self-Portrait with a Straw Hat입니다. 우와, 신난닷.. >_<! 이 작품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반 고흐는 자화상을 참 많이 그렸죠. 가난해서 모델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그렸다는 얘기도 있던데 과연 그런 이유였을까요? 뭔가 자화상을 그리며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고흐의 얼굴을 중심으로 회오리치는 듯한 물결치는 붓터치가 강렬하면서도 인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좋아하는 작품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지나가는 라틴계 관광객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보통 이런 사진을 찍어줄 때는 주관심사인 그림을 가운데 놓을텐데 친절하게도 관광객 아저씨께서는 딱 1:1 비율로 찍어주셨네요.. =_=; 외국 사람들 사진 찍는 구도가 우리 나라랑 참 다릅니다. 이 사진을 '나 하나 고흐 하나'로 명명 해봅니다.


Georges Seurat의 Gray Weather, Grande Jatte라는 작품입니다. 신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쇠라의 점묘화가 인상적이네요. 분할주의가 사용된 작품이라고 해서 뭔가 찾아봤더니 '물감을 팔레트에서 혼합하지 않고 캔버스 위에 직접 찍어 발라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그림을 보면 색들이 시각적으로 결합되어 보이게 하는 회화기법. 후에 회화에 의해 점묘법이 사용되었다'라고 합니다.


Claude Monet의 Houses of Parliament라는 작품입니다. 모네가 런던의 국회의사당을 그린 것인데요. 안개에 쌓인 국회의사당이 신비해 보이네요.


Paul Cézanne의 The Card Players입니다. 세잔느가 농민들을 모델로 고용해서 그린 작품이라고 하네요. 농민들이 카드 게임을 하는 모습이네요. 과연 누가 이기고 있을지는 뒤에서 넌지시 구경하고 있는 남자만이 알겠죠.


Auguste Renoir의 Madame Georges Charpentier입니다. 르누와르 작품이네요. 평화로워 보이는 가족의 모습입니다. 개를 쿠션삼아 깔고 앉아 있는 소녀가 눈에 띄네요. 그걸 참아주는 개가 기특하기만 합니다.


Gustave Caillebotte의 Display of Chickens and Game Birds라는 작품입니다. 조류독감이 생각나서 찍어봤어요. 치킨이 먹고 싶어질 때 이 그림을 보면 마음이 쏵 사라지겠네요. 흉물스러워요.. =_=;


Auguste Renoir의 In the meadow입니다. 꽃을 꺾으며 잔디에서 시간을 보내는 두 소녀의 모습이네요. 동화 속의 한 모습같은 장면 같습니다. 평화로워요. 파스텔로 그린듯한 색체인데 유화라고 하네요. 보면 볼 수록 동화의 삽화 같습니다. 아름다워요.


Auguste Renoir의 The Daughters of Catulle Mendès, Huguette (1871–1964), Claudine (1876–1937), and Helyonne (1879–1955)입니다. 작품 제목에 소녀들의 사망년도까지 써 있어서 좀 그렇네요. 저렇게 귀여운 소녀들이 몇십년 뒤에 죽는다는걸 생각해보니 인생의 허무함이 느껴집니다.


Édouard Manet의 Boating입니다. 마네의 처남이 선원의 복장을 입고 모델 역할을 해줬다고 하네요.

쓰다보니.. 휴.. 너무 많네요. 지칩니다... 잠시 여기서 끊고 쉬어가겠습니다. 이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만 4부작 갈 것 같네요.. 다음 번에도 많은 그림 기대해 주세요~
Posted by 제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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