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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6 비염 (비중격 만곡증) 수술 리뷰 46
안녕하세요. 3일전에 비염 수술, 정확히 말해서 비중격 만곡증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었던지라 그사이 블로그에 들리질 못했었네요. 비중격 만곡증 수술이 뭔지 궁금하거나 아니면 받으실 생각이 있는데 어떤건지 궁금해 하실 분들이 계실거 같아 간략하게나마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라는 핑계로 블로그 포스트할 건덕지가 생겼구나!'라며 입원 중에도 좋아했던 저는 역시 블로거인가 봅니다. =)

비중격 만곡증은 간단히 말해서 코뼈가 휘어 한쪽코가 막히는 증상을 가리킵니다. 말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을거 같아 그림판으로 간단히 그려봤습니다.


정상인의 코입니다. 코뼈, 그러니까 비중격이 곧게 되어있어 코로 숨쉬는데 지장이 없는 좋은 코네요.


이게 비중격 만곡증, 그러니까 코뼈가 휜 사람의 코입니다. 가운데 코뼈가 휘어서 한쪽 콧구멍이 반대쪽보다 좁죠? 때문에 코가 쉽게 막히어 한쪽코로만 숨을 쉬게 됩니다. 저도 수술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외부로는 코뼈가 휘지 않은 사람(저 포함)도 내부는 휜 경우가 많다더군요. 이렇게 코가 막히면 뇌에 산소공급이 덜 되어 자주 졸리고 집중력이 쉽게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느냐.. 일단 휘어서 콧구멍을 막고 있는 코뼈를 절개해낸 후 잘 맞추어 줍니다. 다소 과격한 수술 방식입니다.

이 수술을 받기 위해 지난 일요일에 입원했었는데요. '일요일 입원 → 월요일 수술 → 화요일 퇴원'의 2박 3일 입원생활이었네요. 입원한 일요일에는 별거 안했습니다. 그냥 환자복 갈아입고 병실에서 책 읽으며 멍 때리다가 의사한테 불려가 이번에 받을 수술이 어떤 수술인지 설명을 듣고 수술동의서에 싸인했습니다. 수술동의서에 보면 이런저런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고 써 있는데 엔간한 합병증 다 나열되어 있더군요. 만약의 사태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병원 측의 잔머리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그다음에 병원 저녁식사를 먹고 씻고 잤습니다. 아! 저는 국소마취, 그러니까 부분마취를 해서 상관 없었는데 저랑 똑같은 수술을 받는데 전신마취로 하는 옆 환자분은 밤 12시부터 금식을 시키더라구요. 물도 한모금 못 마시게 하던데 좀 안스러워 보였습니다. 
      국소마취 (부분마취) : 금식같은거 신경 안써서 편하다. 그대신 수술할 때 좀 괴롭다.
      전신마취 : 수술 전날 밤 12시 이후로는 물도 못 마신다. 그대신 수술할 때 아플거 신경 안 써도 된다.
..의 장단점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전신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설도 있고 해서 저는 부분마취로 수술 받았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먹었습니다. 전신마취하는 옆환자분은 목마른데도 물을 못 마시니 답답해 하시더라구요. 속으로 승리의 미소. =) 아침 10시쯤 되니까 간호사가 와서 손목에 링겔을 꽂더니 항생제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엉덩이에 주사를 맞는데 수술할 때 긴장하지 않게 하는 주사랑 심장박동 올라가지 않게하는 주사라고 2방을 놔주더라구요. 이거 불주사보다 조금 더 아픕니다. 그러더니 방금 주사때문에 제대로 못 걷는다면서 휠체어에 앉히더니 수술실로 끌고 가네요. 아직은 수술 전이라 환자 아닌데 멀쩡한 사람도 링겔 꽂고 휠체어에 앉아 있으니 수술실 가는 길 주위 사람들의 눈빛이 '쯧쯧.. 젊은 나이에 벌써 아픈가 보네'.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영화에서만 나오는 장면 하나 체험. 수술실 입구 문으로 들어갔더니 양쪽 문이 다 닫히고 벽에 있는 수많은 구멍들에서 소독연기가 팍팍! 왠지 순간 머리 속에는 '저 반대쪽 문 너머에는 MIB 본부가 있는 것인가'라는 망상이 떠올랐지만 문이 열리자 저쪽은 수술대기실. 현실은 시궁창. 수술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 많이들 긴장할만도 한데 저는 그냥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꾸벅 조는 사이에 휠체어를 수술실까지 끌고 가서 깨고보니 수술실이라는 무서운 상황을 맞이했죠. -_-;;

저는 수술하면서 누워있겠구나 했는데 왠걸.. 수술대가 아니라 수술의자더군요. 그것도 치과처럼 뒤로 넘어가는 의자가 아니라 엉덩이 붙이고 허리 꼿꼿히 피며 앉는 불편한 의자. 가뜩이나 잠에서 방금 깼는데 그렇게 앉으니 이건 뭐.. 근데 생각해보면 코에서 피가 철철 흐를텐데 누워서 수술하면 피가 기도로 넘어갈 수도 있으니 당연히 앉아서 받아야 하는건데 저는 무슨 생각으로 눕는다고 생각한건지, 쩝. 하여튼 앉으니까 오른쪽 검지손가락에 혈압재는거 끼웁니다. 그거 끼우니까 수술하면 흔히 생각하는 심장박동 기계 소리가 나더군요. '삐, 삐, 삐'. 잠시 '저 소리가 삐-로 변하면 나는 죽은거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코 부위만 구멍 뚫려있는 천을 얼굴에 덮어 버리네요. 갑자기 시야가 0. 그러면서 간호사가 '제타군 환자. 비중격 만곡증. 수술 시작합니다!'라 외치자 다들 '네!' 열창. 어버버버 저기 저 방금 졸다 깼는데요..?!

..라는 제 마음속의 공허한 메아리는 무시한채 의사 선생님이 '자, 제타군, 좀 따가울 겁니다.'하더니 곧바로 코쪽에 따가운 느낌이 들면서 코와 입쪽이 얼얼해지는게 마취를 한거 같습니다. 뭐랄까 오락실 가서 슈팅게임에 100원 넣자마자 죽어버리는 그런 순식간에 당한 느낌. 그러더니 콧구멍으로 뭔가 쑤셔 들어오더니휘젓더니잡아당기는느낌이자,잠깐아직마음의준비가아니그렇게큰게들어갈리가없잖아아프다구!! -_-;; 마취는 했지만 아프더라구요. 코뼈를 깎아내는지 망치로 코를 치는데, 어휴.. 제일 최악인건 수술 과정에 들리는 별 소리가 다 들린다는 겁니다. 다행이었던건 보통 30분 걸리는 수술이라는데 저는 의외로 쉽게쉽게 되어서 10분만에 끝났습니다. 전신마취를 했다면 그냥 이런거 다 안 겪는건데 하며 살짝 후회. 그나저나 왜 수술 도중인 수술실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놔서 분위기가 '쏘우 : 제타군의 DEAD END'의 느낌이 나는건지, 덜덜..

수술 끝나고 나서 의사 선생님이 코로 숨을 쉬어보라고 해서 숨 쉬었더니 진짜 코가 뻥 뚫린 느낌이라 시원했습니다. 그래서 좋다고 헤벌레 웃으려는 찰나 손가락 굵기의 10cm 정도 되는 길이의 솜을 2개 꺼내더니 지혈을 위해 양쪽 콧구멍에 하나씩 집어 넣으시네요. 사람 콧구멍 의외로 깁니다. 10cm 솜이 끝까지 다 들어가더군요. 5초 동안 시원했던 코야 안녕. 코가 빵빵해지면서 답답함과 불쾌감 급상승. 수술실에서 나와 회복실에 1시간정도 누워있는데 코는 완전히 막혀서 입으로 숨 쉬느라 답답하지 마취는 안풀려서 얼얼하지 이런저런 많이 불편했는데 또 용하게도 잠이 들더군요. 원래 마취 풀리면 좀 아프다는데 저는 통증이 거의 없었습니다. 링겔에 진통제가 있긴 했지만 그다지 안 아픈거 보니 수술이 잘 된건가 싶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휠체어 타고 병실로 와서 침대에 눕는데 피가 목 뒤로 넘어가면 안되는지라 침대를 좀 세워서 앉은 자세로 있으라고 하더라구요. 또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쉬는데 입이 자주 마르는지라 물을 마시게 됩니다. 근데 양쪽 코가 다 솜으로 막힌 상태에서 물을 마시니 또 귀가 멍멍해지네요. 가만 있자니 입이 마르고 물 마시자니 귀가 멍멍해지고 진퇴양난! 그리고 코가 막혀서 냄새를 못 마시는지라 뭘 먹어도 맛이 없습니다. 일단, 맛을 떠나서 입으로 숨을 쉬니 뭘 먹는 동안에는 숨을 못 쉬어요. 식후 먹으라고 준 약 때문에 밥은 먹어야겠고 밥을 먹자니 숨을 못 쉬니 또 이것도 답답. 게다가 코에서는 피가 솜을 타고 계속 내려오는지라 코 아래에 거즈를 붙이고 있게 되는데 이게 또 피가 많이 묻으면 또 갈아줘야 합니다. 이것도 좀 번거롭더군요. 숨쉬기가 답답하고 입으로 숨쉬니 자주 목 마른데 물 마시면 귀가 멍해지니 어쩌라는건지. 목이 말라서 물을 많이 마쉬게 되니 아무래도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데 손에는 또 링겔을 꽂고 있어서 움직일때마다 이거 끌고 다니는게 좀 번거로워야죠. 하여튼간에 그날 밤은 이런저런 불만을 토해내고 앉은 자세의 침대에서 잠이 안 와 뒤척이며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화요일 날 아침에는 드디어 솜을 뺀다고 해서 기대감에 가득차 있었습니다. 근데 이게 왠걸.. 코에서 솜 빼는것도 꽤 괴롭더군요. 10cm 길이의 솜을 쫘악 잡아빼는데 기분이 참 더럽고 또 눈물이 납니다. 아파서가 아니라 눈물샘이 자극되어서 나오나 보더라구요. 반대쪽 콧구멍에서도 솜 빼면서 또다시 더러운 느낌을 겪고 나서 잠시 숨을 쉬어보니 오우 예! 근데 솜을 빼자 코에서 피가 흘러 내려오네요, 덜덜. 아직 지혈이 덜 됐는지 의사가 코 안 쪽에 수술 부위에 약 같은걸 찍찍 뿌려주더니 저기 가서 쟁반 받치고 10분 정도 피 좀 빼라고 하네요. 그래서 멍하니 피 흘리며 숨을 쉬는데 수술 분위가 아직 덜 아물었는지 숨을 쉴 때마다 시원은 한데 코가 쓰라립니다. 10분 후 다시 의사가 와서 코에 약 같은걸 다시 뿌려주고 이번에는 평소 코피 날때 코에 막는 정도인 소량의 솜으로 양쪽 코를 막아줍니다. 그러면서 이걸 점심 먹을때쯤 빼면 된다고 하네요. 시원했던 코가 다시 막히긴 했지만 10cm 솜의 이질감에 비하면 이정도는 천국! 게다가 링겔도 다 맞아 빼버려서 완전 자유인이 된 느낌. 그 후,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퇴원한 다음 집에 가서 솜을 뺐는데 살짝 실망한게 솜으로 막아놓은 그 사이에 코에 피&콧물이 응고되어 코가 또 막혀버렸네요. 억지로나마 코로 숨을 쉬면 쉴 수는 있겠는데 답답해서 스스로 입으로 숨쉬게 되는 정도? 코를 절대 풀지 말라고 해서 코 막힌건 뚫을 염두도 못 내고 그래도 10cm 솜에 비하면 이게 어디냐하며 룰루랄라한 마음으로 집에서 오랜만에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인 수요일이 되었는데 코는 아직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수술 후 1주일에 한번 정도 2, 3주 동안은 통원치료해야 핏콧물(? 제가 대충 갖다 붙였습니다.)로 막힌 코가 뚫릴거라하니 믿어봐야죠. 간단히 쓴다고 하고 다시 읽어보니 길어졌네요. 비중격 만곡증으로 수술을 생각하고 계신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제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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