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킨을 바꾸었습니다!


기동블로그는 죽었어.. 더는 없어! 하지만 iNove 스킨 안에 하나가 되어 계속 살아가!


스킨을 교체해보았습니다. 그림판으로 만든거치고는 자체제작한 타이틀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기존 스킨을 버리기는 좀 아까웠지만 사이드바를 지원 안하는게 늘 아쉬웠는지라 과감히 바꾸어 보았습니다. 검은색 위주의 스킨에서 이번 스킨으로 바꾸니 블로그가 살짝 밝아진 느낌이네요. 헨리님 (http://flutemuse.net) 께서 컨버팅하신 iNove 스킨입니다. 깔끔한 스킨 감사드립니다!


2. Bad Luck Day

2009년 5월 1일은 제 인생 최악의 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아침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알람 오작동으로 7시 반에 기상.. 허겁지겁 택시를 타고 근무지인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도서관에서 공익근무 중이라서요.) 도서관에 도착해서 지갑을 열자 현금 0원. 하지만 하나은행 체크카드가 다행히도 있었기에 긁었더니 갑자기 화면에 당당히 나오는..

"결제승인거부"




분명 잔고가 충분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계 오작동이 분명하다고 우기면서 다시 긁었지만 또다시 화면에는..

"결제승인거부"


2번이나 결제거부가 뜨자 대략 택시기사님의 표정은..



급한김에 일단 도서관 직원한테 택시비를 꿔서 냈는데 도서관 직원의 눈빛이 아프더라구요.. -_-;; 아침부터 재수가 없으려니 하면서 하나은행 인터넷뱅킹 홈페이지에 들어가봤습니다. 혹시 제 계좌가 해킹이라도 당해서 돈이 다 없어졌나 해서 말이죠.



..아놔, 이런걸 하려면 미리 알려줘야 할 거 아냐!!


마침 하나은행 쓰는 친구가 있어서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친구 왈,

"그거 한다고 한달전부터 하나은행 지점마다 다 붙어 있었는데?"

아니 집 근처에 하나은행이 없어서 세븐일레븐에 있는 하나은행 ATM을 쓰는데 거기엔 아무말도 없었다구요.

"그거 한다고 문자도 다 갔었어~"

핸드폰 번호 바꿨는데요.. -ㅁ-;;

- 제타군의 현재 상황 : 지갑 현금 0원. 하나은행 체크카드 & ATM 사용불가.
[제타군 님께서 "거지" 타이틀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출근했으니 일은 해야죠. 도서관 직원이 부르네요. 도서관 자료실 안에 어떻게 된건지 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다면서 치워달라고 하네요. ..치우라니 치워야죠. 2층짜리 높이의 큰 사다리로 곡예를 하며 올라갔더니 과연 비둘기 둥지가 벽 틈에 있더라구요. 고무장갑을 장착하고 둥지를 치우려는데 보이는 새끼 두마리.

"저기, 여기 비둘기 새끼 두마리 있는데요~"
"어, 나도 알아~"
"어라, 아래에서는 안 보일텐데 어떻게 아셨어요?"
"그야 나도 올라가서 봤었으니까 알지."
"..직접 올라오셨었으면 그때 치우시면 됐을텐데 왜 안 치우시고 저 시키세요?"
"그걸 어떻게 만지니? 더럽게시리. 난 그런거 더러워서 안 만져. 빨리 니가 치워."



높으신 직원님께서는 못 만지는 새끼들을 아래로 옮겨 놓은 후 둥지를 치우려고 손을 뻗을 때였습니다.

"에이, 어차피 둥지라고 해도 나뭇가진데 뭘 그리 느릿느릿 움직여~"

..라며 긴 막대기로 둥지를 두들기는 직원님. 그때 저는 보았습니다.

둥지 사이에 숨겨져 있었던 비둘기 알이 슬로우모션으로 제 머리에 서서히 떨어지는 모습을.

그리고 머리 위에 가벼운 충격과 함께 "콰직" 소리가 나면서 축축하면서도 끈끈한 것이 머리에 퍼져나간 후 기분나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부들부들부들) ...샤워하고 오겠습니다."

- 제타군의 현재 상황 : 지갑 현금 0원. 하나은행 체크카드 & ATM 사용불가. 머리 위의 악취.
[제타군 님께서 "냄새나는 거지" 타이틀을 획득하였습니다]


아.. 샤워하고 오니 점심시간이네요. 지갑에 돈이 없습니다. 선임인 주제에 후임한테 돈 없으니 밥 사달라고 구걸했습니다.

- 제타군의 현재 상황 : 지갑 현금 0원. 하나은행 체크카드 & ATM 사용불가. 구걸시작.
[제타군 님께서 "구걸하는 거지" 타이틀을 획득하였습니다]

하루를 어떻게 어떻게 지내다보니 퇴근시간은 오더라구요. 뭔가 꼬인 날인거 같아 빨리 집에 들어가기 위해 얼른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버스카드를 찍었죠.

"잔액이 없습니다"



이럴수가.. 제가 대체 무슨 죄를 졌다고... 일단 버스기사 아저씨께서 친절하시게도 일단 타고 가라고 하셔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어차피 2 정거장 후 내려서 환승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환승 정거장에서 하차. 하지만 환승할 돈은 없음. 걸어가려면 대략 걸리는 시간 1시간 반.

- 버스 탈 돈이 없다! 어떻게 할까?
1. 걸어간다.
2. 집에 전화를 한다.
3. 포기하면 편해..


2번을 선택하여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데요. 이런이런 사정으로 지금 돈이 없어서 그런데 택시타고 갈테니 도착하면 내주시면 안돼요?"
"아, 마침 전화 잘했다. 우리 지금 저녁약속 있어서 나가거든. 집에 밥 없으니 먹고 들어와라."

뚜 뚜 뚜



밥 먹고 들어오라뇨.. 버스탈 돈도 없는데 -ㅁ-..

- 버스 탈 돈이 없다! 어떻게 할까?
1. 걸어간다.
2. 집에 전화를 한다.
3. 포기하면 편해..


그래요. 1시간 반 정도야 걸어갈 수 있죠, 뭐. 아침부터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정신적으로 녹초가 된 상황이지만 이정도야..



그래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오네요. 자기가 술 살테니 놀러오랍니다. 가고 싶어도 걸어서 갈 수는 없는지라 사정을 얘기했더니 이 녀석 왈,

"너 요즘 색소폰 배운다고 했잖아. 길거리에서 그걸로 돈 구걸해서 와~ 낄낄낄. 그럼 고생해라~"

뚜 뚜 뚜

[제타군의 친구가 탈력을 사용했다. 크리티컬! 제타군은 힘이 빠졌다!]

..1시간쯤 걸어온 듯 합니다. 목이 상당히 마르네요. 하지만 물 사먹을 돈 따위 없어요. 근처에 노숙자 한분이 슈퍼에서 소주를 사서 마시네요. 아.. 병나발을 부는데 목이 마른 저로서는 매우..



잠깐, 저 노숙자가 나보다 더 돈 많은거잖아?

- 제타군의 현재 상황 : 지갑 현금 0원. 하나은행 체크카드 & ATM 사용불가. 버스카드 0원. 갈증.
[제타군 님께서 "노숙자를 부러워하는 목마른 거지" 타이틀을 획득하였습니다]


..걷기 시작한지 1시간 반.. 사는 동네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근데 뭔가가 엄습하는 느낌이 나는군요. 그리고 축축해지는 왼쪽 어깨.. 길가 건물을 물청소하고 있었나 본데 거기 옥상에서 버린 물이 제 왼쪽 팔에 작렬했네요. 게다가 갑자기 경찰들이 길을 막더니 돌아서 가랍니다. 용산 철거민 시위 때문에 그렇다고 하네요.





아, 진짜 집 근처만 아니었으면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간신히 집에 도착. 일단 물부터 벌컥벌컥 들이마신 후 피곤하고 지쳤는지라 밥 먹으려고 밥솥을 열었더니 밥이 없네요.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까 했는데 라면도 없고.. 밥을 지어먹어야 했는데 쌀도 한톨 없습니다. 그때 스쳐 지나가는 어머니의 한마디.

"집에 밥 없으니 먹고 들어와라"


진짜 쌀 한톨도 없네요. -_-.. 장을 안 봐두셨나 봅니다. 집에 굴러다닐만한 천원 한장이라도 찾아서 라면이라도 밖에 나가서 사오려고 했는데 한푼도 안 보이고...



....뭐, 이런 하루였습니다.

Posted by 제타군
,